중독 (2026-09-27)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 잘되면 잘되는대로 불안했고, 안되면 안되는대로 불안했다.
– 어떨때에는 없는 걱정까지 만들어서 고민을 적도 있었다.
– 그리고 어떤날은 가만히 있으면 없었을 걱정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또 이를 또 스스로 해결한 후 뿌듯해하기도 하였다.
가만히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불안을 느꼈던 나에게 이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 좋은 방법은,
몰입을 넘어 중독되는 것이었다.
무언가에 중독이 되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중독 되었던 것들은,
1) 친구중독
좋아하는 친구들을 음식과 술이 가득한 술상 주변에 불러놓고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들이켜야 비로소 만족이 되었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잡아두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한동안 술과 친구에 중독되어 술을 지독하게 마셔댔다.
2) 성취중독
뭔가를 시작하면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며칠 사이에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고, 또 며칠 사이에 만든 사업을 한번에 접어버리기도 했다.
뭔가에 중독되어 있는 순간에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이런 성취욕이 도파민 중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성취감 중독
온갖 좋아보이는 척은 다 하고 다녔지만 뼈속 깊은곳에 각인되어 있는 허영의 흔적.
어쩔때에는 나의 수치마저 훈장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방법으로 나의 우월함을 세상에 증명하려 하였다.
다만, 친구와 같은 사람의 존재는 대접에 들어 있는 물과 같은 존재라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된 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다.
즉, 나는 과거에 언제든 나를 쉽게 떠날 수 있는 불확실한 존재에 중독 되었고, 그들이 한발짝 나아가면 나도 한발짝 따라가는 발자국과 같았다.
또, 성취라는 것은 파동과 같아서 잘될때가 있으면 안될때가 생기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후에 극적이기 보다는 가늘고 길게 롱런하는 파동의 형태와 흐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다만, 우월감이라는 것은 형태만 바뀌었을뿐 그 어디에서도 그대로 존재했다.
전국에서 1등이 될 수 없었다면 골목에서라도 1등이 될 수 있는 형태로 게임의 장소와 방법을 조금씩 바꾸었다.
이는 어디서든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본성이었다.
나의 중독은 타인에서 나의 내면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화려하게 타오르기 보다는 잔잔하게 오래 머물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서든 골목대장이라도 되어서야 스스로 만족하게 되었다.
이는 모두 중독과 관련이 있었다.



